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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왜 바나나와 늘 함께 있을까?

방은겸은 오랜 기간 <사과>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왔다. 사과를 생각하면 붉은 색이나 푸른 초록의 사과밖에는 연상이 되지 않는데, 알록달록한 방은겸의 사과는 여러 가지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과는 커다란 우주를 상징한다. 우주 안에는 똑같지만 다른 모양의 작은 사과들도 있고, 슬픔과 기쁨,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다. 작가는 사과를 그리면서 반복적인 패턴을 사용한다. 작은 동그라미들은 때로는 한 가지 색으로, 때로는 여러 가지 색으로 반복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사과를 완성한다. 

알갱이 같은 동그라미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그 옆에 또 하나, 또 하나 붙으면서 사과의 패턴은 점점 탄탄해진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비슷한 크기의 알갱이들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오히려 스스로 치유를 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어려운 생각, 복잡한 삶의 모습은 잊은 채로 사과 하나 하나를 미인 대회를 나가는 모델인 것처럼 이쁘게 치장한다. 강박적인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이 패턴이 계속될수록 작가는 자가치유적인 과정을 겪어내고, 작은 동그라미들은 하나씩 있을 때에는 무의미하지만, 거대한 집단이 되어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큰 사과’가 된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사과와 함께 좀더 자주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그것은 ‘바나나’이다. 사과와 바나나는 과일 가게나 마트 앞에 가면 제일 앞에 언제나 함께 진열이 되어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사과와 바나나는 우리의 삶 속에 냉장고를 열어도 식탁 위에도, 언제나 구비되어 있는 과일인 것이다. 하나는 동그랗고, 하나는 길쭉한 것이 마치 단짝같이 붙어 있다. 제사를 지낼 때 꼭 필요한 과일이 사과이고, 배가 고플 때 끼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바나나이다. 이렇게 두 과일이 같이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은 마치 동그라미 옆에 동그라미가 계속 붙어 나가는 것처럼 사과와 바나나가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하나의 작은 동그라미보다는 ‘동그라미들’이 함께 있음으로써 ‘사과’라는 우주를 이루듯, 사과와 바나나가 함께 있음으로 인해 ‘느슨한 공동체’, ‘유연한 공동체’가 된다. 동그라미는 여러 동그라미가 모여야 사과가 되지만, 사과와 바나나는 같이 있어도 되고, 따로 있어도 된다. 평생을 함께한 친구, 혹은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하는 사이처럼 떨어져 있어서도 섭섭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유연한 관계이다. 사과와 바나나로 연결된 관계망은 개별적인 주체들이 이루어내는 ‘세계 구축’으로 수많은 경험과 말과 행동들이 만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보다 넓은 우주적인 사과를 함께하고, 그의 친구 바나나를 마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서로 소통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느끼고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고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