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의 역설

 

<가설의 역설>
전시일정: 2018. 10.22-29
장소: Space55,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 19길 9-3
기획: 김원영
후원: 서울문화재단

스페이스55에서는 2018년 10월22일부터 30일까지 《가설의 역설》 전시를 개최한다. ‘가설’이란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어 떤 이론 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을 이르는 말이 다. 가설이 관찰이나 실험에 의해 검증되면, 가설의 위치를 넘 어 타당한 진리로 존재하게 된다. 이에 가설은 시작부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과를 담지하고 있어야 한다.
근대 과학의 발전 이후 가설의 설정은 인류 문명의 발달 과정 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의 지점이 된다. 가설설정은 특정 사 물이나 현상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이라는 상상적 사유에서 시 작되는 창의력의 영역이다. 역설적으로 입증된 가설의 결과들인 진리도 변화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가 설이 기존 진리를 뒤집는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진리는 끊임없는 가설의 대상이다. 상상적 사유의 세계에서 자신의 미학적 체제를 구축하는 예술가들은 이런 의 미에서 가설을 세우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세우 는 가설은 이미 인정받은 진리 즉 고정관념을 흔들고 뒤집으며 새로운 사유를 모색한다.
본 전시는 참여하는 청년작가들은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 에대한상상적사유를통해 다양한시각과독특한가설을설 정한다, 작가들은 고정된 진리에 맞서 예측 불가능한 ‘불온한 가설’을 세움으로써 작가 고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나간다. 그 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 《가설의 역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상적 가설들은 작가의 새로운 사유를 구현하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권희원 KWON Heewon, “Meal” Earthenware 61x35x20(cm) 2017
생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양분을 섭취한다. 포유류인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로 식사를 한다. 무엇 혹 은 누구를 잡아먹으며 살아오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면 나 또한 썩어가며 양분으로 흡수된다. “Meal”은 행 복한 식사가 되는 영양가 많은 나의 행복한 모습이다.
김재연 KIM JaeYeon “보듬다- 따스하게 스며드는 모든 것들에게” 18x15x18(cm) 2018
차 한 잔을 나누면서 피어난 모든 행복을 주전자에 담는다. 행복 속에 피어난 꽃의 향기에 따스함을 담아 마음을 보듬는다.

김태리 KIM Tae Ri “함 들어오는 날”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2017
사진으로 인화된 이미지는 가두어진 시간이며 잘려나간 귀퉁이 같은 것이다. 이를 캔버스에 옮겨 그리는 것 은 원본의 이미지가 가진 시간을 재생하며 창조자와 소비자 사이에 새로운 통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통 증은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된다.
신예림 SHIN Yerim “검고 큰 산이 있는 도시의 다이빙 (Diving in the city with black and big mountain)”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2017
인터넷상에서 매우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지를 발견한 후 몇 번의 CG 가공을 거쳐 가볍지 않은 방식인 순수회화로 다시 제작하였다. 그렇게 재탄생한 이미지는 – 전시나 여타 인쇄물 혹은 디지털 이미지 에 의해 – 또다시 가볍거나 진지하게 소비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사실과 현실이 다양한 방식, 다양 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휘발되고 있는가를 관찰하고자 한다.

이미솔 Lee Misol, “Y의 작업실_201609” oil on canvas 162.2×130.3cm 2018 이미솔 Lee Misol, “D의 작업실_201801” oil on canvas 97×130.3cm 2018 이미솔 Lee Misol, “납작한 물건들” acrylic on things 2018
동료의 작업실을 배회하며 발견한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새 작업실에서 차가운 적막과 무기력을 견디고 있을 때, 이미 자신의 존재적 점유를 확인한 Y와 D의 작업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나는 그 곳을 이루는 수많은 사물들을 관찰했다.
작업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발견되었지만 그 사물들은 사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하다. 그래서 Y와 D 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이리 저리 흩어져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작업실의 사물들 중 쉽게 구매할 수 있고 버 릴 수 있는 사소한 익명의 것들을, 오래되고 권위 있는 회화의 방식으로 확대하여 재현한다. 또한 재현된 회 화를 실제 사물 위에 다시 재현함으로써 사소한 사물 존재의 재맥락을 시도한다.

이용현 LEE Yong Hyeon “갑옷” 나무, 시멘트, 스테인레스 스틸, 인조가죽 94x44x50cm 2018
본 작업은 ‘못이 박혀’ 의자로서, 가치성이 사라진 나무 의자에 작가가 갑옷을 입혀줌으로써 의자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서 선택된 의자는 효용가치를 잃어버렸음에도 불구 하고(못이 박혔기 때문에) 공간 내에 버려지지 않고 다른 정상적인 의자들의 무리에 끼어들지 못한 채 오랜 기간 구석에 존재해왔다. 단순히 ‘버려진’ 의자를 가져온 것이 아닌, 실재함에도 무관심했던 존재를 작업으로 진행한다.

이현오 LEE Hyeon O “보이는 경계와 도달할 수 없는 이상 – 나는 톱니바퀴가 아니에요.” 150×150×130(h)cm 각목, 합판, 아크릴판, 체인 2017
우리는 지나친 경쟁사회와 불안정한 미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식으로 오히려 더 치열하고 불명확한 경쟁 의 길로 가곤 한다. 여기서 떨어져 나가면 ‘낙오자’가 되는 치열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저항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윤을 따라 경쟁하며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개인들과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현오 LEE Hyeon O “완벽한 항균 유토피아” 60×60×110cm. 세제, 액체세제, 락스. 2017
완벽한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당장 질서를 파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나쁜 생각들을 막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인가, 아니면 해로울 수도 있는 것들을 줄여나가면서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선인가? 해 악을 상징하는 모든 균을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역설적으로 결국 아무도 살 수 없는 곳을 만들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채온누리 CHAE ONNURI “있을 有: 그럼에도 있다”, 가변설치, 실, 2016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일 수도 있고 아끼던 것 들과의 이별일 수도 있다. 상실의 보이는 면만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상실에서 늪처럼 빠져나올 수 없게 된 다. 하지만 그 이면의 것들을 보려고 시각을 전환할 때 우리는 희미하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상실’ 그 이면에 관한 것이다.

최영지 CHOI Young Ji “school of fish” 약10☓5☓3(cm)외 다수 ceramics 2015
물고기는 각각의 모습을 갖는 하나의 개체이지만 물고기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할 때 그 안에 속하게 되며, 위기상황에서는 무리를 이루어 몸집을 부풀려 보이기도 한다. 무리는 떼가 되어 커다란 형상이 되어 진다. 유동적으로 무리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가 아닌 ‘무리, 떼’로서 자유롭게 형상을 이루게 된다.

최지원 CHOE Jiwon “Er ging im Dunkel(그는 어둠 속을 걸었다)” 1280×720 2016
헤르만 헤세의 시 ‘그는 어둠 속을 걸었다’에서 영감을 얻어 이미지와 타이포의 배열을 통해 시각적으로 연 출하였다. 시 속의 화자는 자연을 매개체로 삼아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매개체 속 자연의 다 양한 요소들을 실제 영상과 이미지로 담아내고, 시의 내용이 담긴 텍스트와 함께 배치함으로서 함축된 뜻을 풀어 보았다. 화자의 내면은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재현되며, 이로 하여금 다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 다.

홍지수 HONG JeeSoo “ 28년 ” 면사 230x210x200(cm) 가변크기 2017
실이 한 올 한 올 엮어져 하나의 굵은 면사가 나오고, 그 실 하나하나가 시간에 맞춰 쌓여간다. 하나 의 면이 생성되기까지 무수한 시간이 쌓여져 이루어진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흐름과 어딘가는 듬성 듬성 비어있는 시간의 흐름이 엮어져서 나의 시간이 하나의 공간으로 형성된다. 실이 쌓여감에 따라 공간에 포함되어 있는 시간의 함축성을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