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문

 

 

 

최유리 개인전 《유리, Moon》
전시 기간: 2018. 11.22(목) – 30(금) 11:00–18:00
*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장소: Space 55,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 19길 9–3
후원: 서울문화재단

최유리 개인전 《유리, Moon》 전시 서문
쓸쓸한 당신이 빚은 삶이라는 둥근 달

당신의 도자기를 쓸어본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거칠고 까맣게 마음 아프다. 당신의 도자기는 청자처럼 매끈하고 오묘한 빛을 내지 않는다. 인생은 그렇게 멋있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삶의 쓸쓸함과 먹먹함. 고열의 가마에서 소성된 도자기는 고단한 날이 많았던 당신의 삶과 닮아 있다. 그을리고 닦이고, 또 다시 그을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날들처럼 도자기는 실패의 연속과 이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 닿아 있다.
그리고 당신의 이런 나날을 지켜온 묵묵한 “달”이 있다. 당신과 함께 세월을 견뎌온 달은, 시간에 풍화된 그 모습 그대로 남았다. 그 모습을 담은 도자기는 달의 표면을 떠올리게 한다. 침식되고 축적되어 형성된 달의 표면, 그 자연스러움을 도자기에 담아내는 것은 삶을 견뎌온 당신을 투영시킨다.
당신은 삶을 빚어가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발자국, 일상의 작은 성공, 현실로부터의 은신처인 도자기를 통해 삶을 극복하고 다시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도자기의 표면을 따라 삶의 기록을 읽어내고, 삶은 재현된다. 도자기가 주는 생애에 대한 감정은 우리에게도 필연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글. 정수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