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협

 

Learning How to Fall

김태협 <Room 730>

현대사회에서 욕망에 대해 설명한 학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 프로이트, 칼 융, 라캉으로 이어지는 정신분석학의 계보는 현대인이 태생적인 욕망과 사회적인 욕망, 역할과 가면, 그리고 그에 대한 내면화를 어떻게 극복해가며 고통을 즐기느냐의 문제로까지 이미 ‘정답’같은 방향을 내 놓았다. 하지만 우리의 나약함은 그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결코 구하지 못한다는 데에서 늘 반증된다. 알수록 무지하고, 채울수록 새어나가며, 모방할수록 멀어져가는 존재, 그에 대해 르네 지라르는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꺼내들었다.

김태협은 자신의 존재를 삐에로의 모티브로 그려내면서 웃음 뒤에 숨은 울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80년대를 풍미한 여가수 김완선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작품들은 그러나 특정 연예인이 모티브가 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우리이며, 대중문화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Pop의 시대를 살면서도 그것과 Pop-Art가 장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또한 구분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경험해왔다. 문득 이번 전시명인 ‘730호’라는 – 아마도 작가가 사용하는 공간의 넘버일 – 할당된 번호는 우리 존재가 욕망의 삼각형에서 가리키는 주체와 객체 사이의 어느 지점에 – 르네 지라르는 이를 midea 또는 model이라 불렀지만 사실은 이 조차도 정확히 잡지 못하고 – 떠돌아다니는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쩌면 전전(轉轉)할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작가의 기법은 우수하다. 판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동선은 매우 훌륭하다. 짧은 여행 끝에 우리는 어떤 표정을 만난다. 그것은 너무나 평범하게 무너져 내리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것을 고어(gore)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 특히 일러스트 쪽에서 – 많이 시도하고 있다. 좀 더 창의적인 대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작가만의 방이, 그리고 세계가 갖는 고유의 영역은 테크닉 이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거기에 들어갔을 고통 역시 우리는 가만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7층은 부동산적으로는 로열층이지만, 동시에 가장 공포스러운 높이의 범주에 들어간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인의 지위불안을 표상하기에 좋다. 730호 역시 703호로는 설명할 수 없는 대규모성과 입체성을 보여준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작가는 그림으로 말하지만, 이 숫자만 가지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작가가 떨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존심을 내려놓음으로서 침전이 아닌 자신(self)를 구원하는 법을 말이다. 닿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주체를 철저히 객체화해보려는 이런 노력이 있을 때 주체는 그나마 살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는 그런 시대인 듯하다.

배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