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 개인전 <거울 인형>

 

 

김나리 개인전 <거울 인형>
일시 : 2019 4.1 – 9
장소 : space55 window gallery

I’m ready

– 김나리 <거울 인형> –

거울과 인형은 자기애와 두려움을 동시에 표상하는 매체이자 오브제다. 그것은 자기를 확인하고 가꾸는 행위와 사회적으로 단련되어야 할 페르소나로 무장하는 최소한의 분장실, 그리고 자기 소속과 복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분열을 조장한다. 끊임없이.
때문에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두 문명의 아이템을 투영한 김나리의 작품들은 망설이고 부서지며 또한 성장해 온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그 용이성이 이따금씩 그를 덮치며 그는 두려움과 싸워야 했고, 사실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다정함과 당당함을 함께 보여주곤 하는 작가가 심리적으로 뒷걸음질하는 것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두려움에 뒷걸음질하는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설사 그가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선언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타인을 보아서라기보다는 사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 자신이 서로에겐 타인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진부한 말이 지금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것은 차라리 무책임한 명제이기에 우리는 그 명제에 속아주는 척 다시 거울을 보고 의도적으로 나르시스트가 되어가기도 한다. 어쩌면 나르시스트가 되어보아야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을 보며 인형과 가깝게 지내는 자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무섭다. 작가는 웃음보다는 무뚝뚝함과 신경질적인 – 때론 의심하는 듯한 느낌이 가미된 – 표정을 실크스크린으로 담아냈다. 그것은 매체 특성상 자기 복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숫자에 따라 더욱 노골화되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거울은 플라톤도 신비로워한 인류 최초의 미디어이며, 오늘날 피사체를 객관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결국은 주관성과 왜곡을 피해갈 수 없는 초월적 매체인 카메라의 원리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음을 함께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거울은 과연 자신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인형은 그의 정체성이 투영된 오브제이면서도 처음부터 그 자신을 보여주기보다는 보조하는 아동 심리적 도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도 수많은 인형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작품 세계에까지 활용하는 작가에게 인형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조우해 온 시간들을 머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버려져야 하는 인형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그 관계와 모습들에 차라리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캐릭터로 성장시켜온 강박적인 작업은 그야말로 자기애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속성을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거울과 인형을 앞세운 작가는 작품을 만들며 끊임없이 용기를 내야만 했다. 나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나를 보여줄 용기는 한 번 각오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보여준 모습 중에 그 어떤 모습을 지목해도 그 모습은 이미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 유사성 속에서 입체성을 발견할 수 있고, 어떤 접점들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을 때 그 사이에는 비로소 세상이라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김나리는 이제, 세상을 떠안을 준비를 하고 있다.